39화: 유지, 앨리스, 코타로와 함께 꽃놀이를 하다.
# 제 39화 유지, 앨리스, 코타로와 함께 꽃놀이를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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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벚꽃이 예쁘게 피었네. 자, 앨리스, 여기 앉아. 코타로는 여기가 좋아?"



유지가 중2병이 발병해, 마법 연습을 하고나서부터 시간은 흘러. 



벚꽃의 꽃 봉오리가 열리고 이제는 만개하여 자신의 화려한 자태를 뽐내고 있다. 



오늘은 앨리스의 마법에 의해 흙바닥이 드러난 마당에 파란 돗자리를 깔고 두 사람과 한 마리가 함께 꽃놀이를 나왔다. 



덧붙이자면, 숲의 마법사 유지는 여전히 마법을 쓸 수 없습니다. 



"유지 오빠, 벚꽃은 참 이쁘네! 왜 벚꽃나무 하나 밖에 없는거야? 더 많이 있으면 더~ 더욱 이쁜데!"



돗자리 위에 다리를 쭉 펴고 앉은 앨리스가 싱글벙글 웃으며 들떠있다. 



"앨리스, 이 벚꽃은 말이지, 앨리스의 언니, 사쿠라가 태어났을 때 기념으로 심은 거야. 그래서 언니의 이름도 벚꽃(사쿠라)이고. 자, 봐봐, 벚꽃은 한 그루만 있어도 화려하고 예쁘지? 벚꽃은 화려하게 피어나고 덧없이 져버려서 아름다운거야. 혼자서 말이야..."



먼 곳을 바라보며 중얼중얼 얘기하는 유지. 



별 생각은 없다. 



그저 멋있어 보이는 대사를 말하고 싶었던 것 뿐이다. 



앨리스는 응, 맞아! 예뻐! 라며 기뻐하고 있지만, 코타로는 짖지도 않은 채 차가운 눈으로 유지를 바라볼 뿐이다. 



"자, 앨리스, 건배 할까! 내가 여기와서 오늘로 일 년째, 게다가 그저께는 생일이었구나." 



"그래, 앨리스도 건배할거야!" 



둘이서 한 목소리로 건배, 라며 손에 든 잔을 부딪힌다. 



코타로는 건배에 낄 수 없다. 



개 손에 잔을 쥐어줄 수는 없는 법이다. 



이세계에서의 일 주년과 생일을 축하하려는 생각으로, 유지는 이세계에 와서 처음으로 맥주를 꺼냈다.



사실 진짜 맥주가 아니라 아버지가 냉장고에 두고있던 무알콜 맥주지만. 



유지는 '난 술에 강하지도 약하지도 않으니까' 라고 말하는 정도로, 한 캔으로 취할 일은 없다. 



여동생 사쿠라도 마찬가지지만. 



그래서인지 유지도 취할때까지 마실만큼 술을 좋아하진 않는 것 같다. 



"나도 이제 31살인가... 그러고보니 앨리스 생일은 언제야?"



"생일...? 음... 마을에서 수확제가 끝나면 모두 한살씩 먹었는데?"



"음, 다같이 축하하는 스타일인가. 앨리스가 태어난 건 언젠데? 들어본 적 있어?"



"응! 앨리스는 가을에 태어났대! 수확하는 때에 태어났으니까 힘들었지, 라고 아빠가 얘기했어! 그런데, 그랬더니 엄마가 말야, 당신이 겨울이 오자마자 덤벼들었으니까 그렇잖아요, 좀 기다리라고 했는데, 라고 말했어! 앨리스 무슨 말인지 잘 모르겠어...." 



무서운 기억력이다. 



왜 '아이들 앞에서는 찬물도 함부로 마시지 말라' 라는 말도 있지않은가. 



"그, 그래. 앨리스는 가을에 태어났구나. 그러면 이번 가을에 생일 축하해줄게!"



건드리지 말아야 할 부분은 건드리지 않고 이야기를 즐겁게 이어가는 유지. 



눈동자가 흔들리고 있다. 



이 얘기를 덮으려는 듯 코타로가 앨리스에게 안겨온다. 



여기는 내게 맡겨, 유지, 라고 하는 것 같다. 



아무래도 코타로도 아직 앨리스에게 성교육은 이르다고 생각하는 듯.



배려심 있는 여자다.



개지만. 



게갸-ㅅ! 



갑작스러운 울음소리에 소리가 난 방향을 올려다보는 두 사람과 한 마리.



"아, 와이번이다! 유지 오빠, 코타로, 보이지 않는 곳에 숨어!"



유지가 이세계에 처음 왔을 때 봤던 하늘을 나는 괴조다. 



앨리스가 목소리를 높이며 유지의 손을 잡고 집 안으로 뛰어간다. 



가끔씩 뒤를 돌아보며 코타로도 따라오고 있다. 



이번에도 마찬가지로 날카로운 뒷발에는 녹색의 사람같은 무언가, 아마도 고블린인 무언가를 잡아채고 있었다. 



작년에 봤던 것처럼 동쪽 하늘에서 북쪽의 산을 향해 날아간다. 



"허억허억... 일 년이나 안 보였는데... 앨리스, 와이번은 봄에만 나오는거야?" 



"으응, 앨리스도 몰라! 하지만 와이번이 나오면 집 안에 들어가서 안 보이게 숨는거야! 특히 아이들은 위험하대."



이렇게 즐거웠던 꽃놀이는 급히 막을 내리고 얌전하게 집에서 점심을 먹게 된 유지였다. 



"아! 와이번 사진 못찍었어!" 



일 년전과 바뀐 것이 없는 유지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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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교섭인] 10년 만에 외출했더니 집채로 이세계 전이한 것 같다 part9 [살아남을수있을까]



1: 무명의 니트

이곳은 프로교섭인이 된 '유지' 가 올리는 이세계의 정보나 이미지, 동영상을 즐기는 게시판이다!

진짜로 이세계? 어떻게 수정하는거야? 를 검증하는 게시판

드디어 시작된 이세계인과의 교류

유지는 과연 살아남을 수 있을 것인가!

너희들이 도와주지 않으면 유지는 억 하고 죽어버리는거야!

모 귀신 중사처럼 유지를 강하게 키우는거다!

다음 게시판은 >>900을 밟은 똥덩어리가 세워랏!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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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11: 무명의 니트

그래도 거울 4장에 추가 보수로 1장 더 얹은거잖아? 

더는 못 구하는데 너무 준거 아닌가



312: 전직 세일즈맨

미안, 나의 실수다 

신속하고 확실하게 협상을 마무리 짓는데에 집중해버려서 조금 도를 지나친 것 같다



313: 박식한 니트 

>>312 

현대도 아니고 너무 자책할 필요없어

문명 수준은 아직 모르지만 국왕이 있는 왕정, 봉건주의에 권력층도 있는 것같고



314: 무명의 니트

>>312

정말로 업계 1위였던거 맞아?



315: 무명의 니트

>>314 

쉿!



316: 무명의 니트

>>314

진짜로 업계 1위였으면 여기 있을리가 없지 (소근)



317: COOL한 니트

>> ALL 

이왕 끝난 일인데 여기서 그만하자

반성회도 끝났고

다음에 행상인이 왔을 때의 패턴을 예상해두자 

그러고보니 >> ALL 몇 년만에 쓴건지 모르겠다



318: 무명의 니트

행상인이 어떤 사람이냐에 따라 다르겠지



319: YES 로리타 NO 터치

괜찮아, 앨리스한테 계산도 가르쳐주고 앨리스가 가게도 봐줬다고 했어

아이를 좋아하는 사람들 중에 나쁜 사람은 없다!



320: 공대 아재

>>319

오히려 불안해졌다



321: 박식한 니트 

앨리스가 가게를 봐주면 매출이 오를거라는 타산적인 생각했을지도 몰라



322: COOL한 니트

>>321 

그렇다면 그것 나름대로

플랜 B가 효과가 있을거야



323: 무명의 니트

솔직히 유지만 있으면 현대지식 잔뜩이고

돈은 마음껏 벌 수 있을걸



324: 무명의 니트

행상인씨한테 낚여서 납치 감금루트?!



325: 무명의 니트

앨리스 가족을 찾아주고 음식이나 필수품만 갖춰준다면야

딱히 납치감금도 상관없지?



326: 무명의 니트

>>324-325

그래도 ok라니 게시판 못보잖아 멍청이들아



327: 도토리 박사

봄이네 



328: 카메라 아재

아, 봄이야



329: 유지 

어이

또 와이번이 하늘을 날아갔다

작년에 이어서 2회째

또 사진촬영 까먹음



330: 무명의 니트

>> 329

그래야 유지답지



331: 무명의 니트

>>329 

실망하지마, 유지



332: 무명의 니트

>>329 

또 기회가 있을거야, 유지

뭐 살아남았을 때 얘기지만



333: COOL한 니트

>>329

그런거야 유지

행상인이 오기전에 예습복습 제대로 하자



334: 유지

고, 고마워

왠지 미안



335: 무명의 니트

걱정하지마, 유지!



336: 무명의 니트

괜찮으니까 살아남아라, 용사여



337: 무명의 니트

유비무환!



338: 무명의 니트

>>337

뜻은?



339: 무명의 니트

>>338

조, 좋은 뜻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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컴퓨터에서 눈을 떼고 손에 든 종이 뭉치에 눈을 돌리는 유지.



거기엔 "유지라도 알 수 있는 행상인과의 협상법 A to Z!" 라는 글이 있었다



총 24페이지.



물론 유지가 만든 것은 아니다. 



게시판의 모두가 유지를 위해서 만든 유지만의 비책이다. 



믿음직스럽다.



게시판의 대부분은 니트지만.



"힘내야겠지. 나 혼자가 아니니까, 앨리스도 있고, 코타로도 있어. 응원해주는 사람도 있어. 나는 할 수 있다, 할 수 있다, 할 수 있다."



종이 뭉치에서 눈을 돌린 채 중얼거리는 유지. 



그 순간.



밖에서 목소리가 들려온다.



"앨리스! 여기있니, 앨리스!"



모험가가 집에 방문한 뒤로 12일이 되는 날, 유지가 이세계에 온지 일 년이 되는 날.



유지는 중요한 승부의 순간을 맞이했다.

by Panic | 2016/07/26 05:58 | 10년간의 폐인생활 | 트랙백 | 덧글(0)
38화: 유지, 중2병이 도져 마법연습을 하다.
# 제 38화 유지, 중2병이 도져 마당에서 마법연습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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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험가들이 도시로 돌아간 다음 날 아침.



"후후후... 의뢰도 제대로 받아줬고, 게시판의 모두도 잘했다며 칭찬해줬고... 순조롭네, 순조로워."



즐겁게 혼잣말을 하며 코타로와 함께 집 주위를 도는 유지. 



집 안으로 곧바로 도망칠 거리를 유지한 채 먹을 수 있을만한 것들을 모으고 있다. 



코타로는 킁킁 냄새를 맡으며 여기는 내 구역, 이라고 마킹하는 중이다. 



모르는 사람이 와서 옅어진 냄새를 업데이트 하는 것 같다. 



앨리스는 집에서 집 보기.



"그렇다쳐도, 모험가들은 남쪽으로 갔지... 도시가 강 근처에 있고, 집에서 서쪽에 강이 있으니까 분명히 서쪽에 난 길을 따라 온거라고 생각했는데..."



손도끼로 길을 만들며 채집을 다녔던 남쪽과 서쪽을 두리번 두리번 쳐다보며 비교하는 유지.



"도시까지 사흘 걸린다고 말했지만, 남쪽은 2박 3일로 갔었단 말이지... 집에 돌아가는 걸 생각 안하고 계속 탐험했으면, 지난 여름에 도시를 찾았을지도 모르겠네."



고민하는 유지에게 멍하고 코타로가 짖는다. 



무슨 말을 하는거야, 그러면 앨리스를 못 만났잖아, 라고 말하고 싶은 것 같다. 



유지는 코타로의 생각을 읽지 못한 채 머리를 쓰다듬었을 뿐이지만. 



"성과는 별로 없었지만, 슬슬 돌아갈까. 모험가들처럼 숲속을 어슬렁 거리는 사람이 있을지도 모르고..." 



멍멍! 



그래, 더 조심하자고, 라며 유지를 향해 짖은 코타로가 집을 향해 앞장선다. 



분명히, 유지에게도 경계심이란 물건이 생긴 것 같다. 



아침의 채집을 마치고 가벼운 점심식사 후, 정오 조금 지났을 무렵.



유지는 정원에 나와 뭔지모를 이상한 포즈를 취하고있다. 



앨리스는 방에서 낮잠을 잘 시간, 코타로도 앨리스의 옆에 웅크려있다. 



왼손으로 오른 손목을 잡고 오른팔을 뻗어 마당의 넓은 공간을 향해 손바닥을 크게 벌리는 유지.



"숲의 마법사 유지가 명하노니. 마계의 불이여, 신조차 태워버릴 지옥의 업화여. 나의 오른팔에 모여 내 앞에 놓인 적을 섬멸하라. 현현하라, 제 6지옥. 헬 인페르노!!" 



중2병이 발병한 것 같다. 



당연히 손에서는 불이 나오지 않는다. 



애시당초 마계나 지옥중에 하나만 부탁하라고. 



이 장소에 코타로가 없다는게 안타깝다. 



"유지 오빠, 이상한 자세로 뭐하는거야?" 



앨리스가 봐버린 것 같다. 



낮잠에서 깨어난 앨리스는 유지를 찾으러 마당에 나와있던 것이다. 



함께 나타난 코타로가 30살이나 먹고 뭐하는거야, 라는 전에 없이 차가운 눈으로 유지를 바라보고 있다. 



"오, 앨리스, 일어났구나. 이건 말이지, 마법 연습을 하고 있던거야. 아무튼 숲의 마법사니까!" 



가슴을 펴고 단언하는 유지. 



부끄러움을 모르는 것 같다. 



게다가 한번 불린 걸로 '숲의 마법사' 자칭이다. 



당연히 마법은 쓸 수 없지만.



멍한 표정으로 유지를 바라보는 앨리스.



"어? 마법은 배꼽 근처에서 으으 하고 따끈따끈 에잇! 하면 할 수 있는데?"



앨리스는 배꼽 아래, 소위 말하는 '단전'에 손을 대고 그후, 에잇! 이라며 손을 앞으로 뻗어 유지 앞에 견본을 보여준다. 



"음, 하지만 앨리스, 그래서는 멋있지않아. 좀더 멋있는 주문이면 강한 마법이 나올거야. 같이 연습해볼래?"



"응! 앨리스 해볼래!"



"그럼 나는 물 마법을 연습해볼테니 앨리스도 하고싶은데로 해봐. 따라하지말고 앨리스만의 주문을 만드는거야!"



부끄러워하긴 커녕 앨리스도 중2병의 세계로 끌어들이는 유지. 



"물의 정령 운디네, 물의 정령 운디네여. 정령의 친구, 숲의 마법사 유지가 간절히 바라노니, 맑은 물의 은혜로 이 대지를 적셔다오. 레인 캐스팅!"



이번엔 정령에게 부탁하는 것 같다. 



당연히 친구도 뭣도 아니다. 



마법은 발동하지 않는다. 



"음...음.. 빨갛고 뜨겁고 커다란 불꽃, 나와라-! 호이!" 



양 손바닥 끝을 붙이고 머리위로 양 팔을 올렸다가 앞으로 뻗으며 호이, 라며 외치는 앨리스.



마법이 발동했다. 



화르륵 하며 불타는 앨리스의 머리만한 불꽃의 공이 앨리스의 손에서 벗어나 마당의 중심에 작렬했다. 



에헤헤 해냈다! 커다랗게 됐다, 대단하지, 유지 오빠! 라며 통통 뛰며 기뻐하는 앨리스. 



유지는 멍하니 검게 그을린 마당의 중심을 보고있다. 



지금까지 앨리스가 보여줬던 불 마법과는 외형도 위력도 전혀 달랐다. 



".... 나는 숲의 마법사니까. 죠스라는 흑형이 말했잖아. 나도 마법을 사용할 수 있을거야. 아니, 아니지. 내가 시전한 맨 첫번째 주문이 드디어 발동한 거야. 음, 분명히 그런거야."



그래도 기뻐하는 앨리스한테 찬물을 끼얹을 수는 없고, 라며 중얼거리고 있다. 



유지도 속으로는 아니라고 생각하지만, 여전히 현실 도피 중이다. 



코타로는 내 동생은 역시 대단해, 라는 듯 앨리스에게 몸을 비비고 있다. 



에헤헤, 웃으며 앨리스는 코타로를 껴안는다. 



어, 그러니까 배꼽 언저리가 따끈따끈해져서 에잇하면 코타로도 마법 쓸 수 있어 라며 코타로의 배에 손을 대고 말하는 것 같다. 



유지가 중2병에 걸린 걸 제외하면 뭐라 말할 수 없는 평온한 광경이다. 



호죠가의 마당에 한 그루있는 수령 28년의 벚나무는 크게 자라나 올해도 많은 꽃 봉오리를 달고 있다. 



유지가 집채로 이세계에 전이해 온 후 일년. 



유지와 코타로, 앨리스의 두 사람과 한 마리가 보낸 겨울. 



평화롭고 고요한 겨울날은 끝을 고하고 마당의 벚꽃이 만개하는 계절, 새로운 만남이 그들을 기다리고 있는 것이다.

by Panic | 2016/07/26 05:50 | 10년간의 폐인생활 | 트랙백 | 덧글(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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